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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 Sage Wants to 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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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능 전날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 안 되는가? 거기엔 대략 세 가지 이유가 있다. 1. 수능 전날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 높은 확률로 트럭에 치여 빙의되기 때문에. 2. 보통 입시를 코앞에 두고 죽은 대한민국 고3은 이세계에 가면 먼치킨이 되기 때문에. 3. 그럼에도 그 먼치킨이 되기 전까지 온갖 개고생을 다 하기 때문에. 수능 전날 17권짜리 정통 판타지 소설 <이르커스의 서>를 읽은 죄로, 한유안은 수능 보러 가는 길에 트럭에 치여 죽고 만다. 9월 모의고사 만점자의 수능 당일 사망을 하늘도 안타깝게 여겼던 걸까? 한유안은 <이르커스의 서> 세계관에 냅다 떨어진다. 드디어 이세계 고등학생 깽판물의 시작인가? 라는 기대도 잠시. 언어 안 통하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황궁에 잘못 떨어져서 황비의 애완 인간으로 전락해 버렸다. 심지어 주인공 등장까지는 아직 4세기나 남았다. 남들은 소설에 빙의하면 호의호식하고 잘만 산다던데, 전생에 무슨 죄를 지은 게 틀림없었다. 나라라도 팔아먹은 게 아니라면 영생 저주에 걸릴 리가 없으니까.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400년을 살다 보니 그만 대현자 칭호까지 달고만 한유안은 이제 정말…… 그냥 곱게 죽고 싶다. 그러나 죽기 위해선 저주를 남기고 떠난 마녀, 예카리나의 후손을 꼭 황제로 만들어야만 하는데……. “당신은 누구야? 날 왜 도와주지?” ‘신이시여, 이제 드디어 절 죽여 줄 마음이 드셨나요? 감사합니다!’ 정말 신이 준 400살 생일 선물일까? 예카리나의 후예이자 이 소설 속 주인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